번역아카데미 수강 후기(러시아어권 안나 두디노바/ 한국어 번역본)
- Author: 학사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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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 14, 2024 10:36 AM
번역아카데미 수강 후기
안나 두디노바( 정규과정 7기 러시아어권 수료)
나는 대학교 학사 과정 중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당시 마리아 바실리예브나 솔다토바 교수님이 가르치는 한국문학 강의를 수강하고 있었다. 이때 처음으로 동양 문학을 접하게 되었고, 이에 푹 빠지게 되었다. 평상시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특히 한국에서 문학 번역을 공부할 수 있다는 기회가 매우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대학교를 졸업 후 번역아카데미에 입학해야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그 후 몇 년 동안 나는 번역아카데미 진학을 위해 괜찮은 포트폴리오를 만들려 노력했다. 번역원의 지원으로 개최되는 모든 행사에 참여했고 그러한 행사는 적지 않게 열렸다(매년 러시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국문학작품에 대한 에세이 또는 번역 대회가 개최되었다). 또 이를 위해 러시아어로 번역된 한국 작품들을 모두 읽고, 모스크바에 온 한국 작가들과의 만남에도 참석했다.
2014년 입학시험에 합격하여 번역아카데미의 1년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7기)에 등록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날아갔다. 한국에서 생활하고 공부하는 것이 어떨지 많이 상상도 하고, 지식이 부족할지 봐 두렵기도 했지만, 현실은 내 예상과 달랐다. 두려움은 기우였다. 매주 한국문학과 문화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또한 한국어 수업, 러시아어 문체 및 번역 이론, 번역 실습수업도 있었다. 한국어로 강의를 들어야 하는 게 처음에는 큰 도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고 교수님들께서 주시는 유인물을 읽고 번역하는 데 능숙해졌다. 문학 강의의 경우 교수님께서 설명해 주실 작가의 작품을 미리 숙지하려고 노력했다.
한국어 수업에서는 주로 독해와 가을과 봄에 두 번 치르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봄 시험 준비를 통해 우리는 한국어 수준을 크게 향상할 수 있었고, 한국어로 강의를 듣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느 날 TOPIK 시험이 끝나고 교수님과 함께 김승옥의 단편 『무진기행』을 몇 차례의 수업을 통해 소리 내 읽었다. 문학작품을 번역이라는 체에 걸러내지 않고, 사전을 보지 않고, 원어민 선생님의 설명과 해설에만 집중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원어로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윤정화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문체수업은 라리사 알렉산드로프나 피사레바 교수님께서 가르쳐주셨다. 교수님 덕분에 처음으로 외국어를 러시아어로 번역하는 사람들의 참고서가 되어야 할 코르네이 이바노비치 추콥스키의 『고상한 예술·문학 번역의 원칙』과 노라 갈의 『살아 있고 죽은 단어』라는 책을 읽었다.
번역실습 수업은 리디아 아자리나 교수님과 김현택 교수님께서 진행하셨다. 이 수업은 먼저 원어민이신 김현택 교수님과 함께 텍스트의 구절, 문맥, 숨겨진 참조 및 의미를 자세히 공부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다음 회차 수업 땐 우리가 대략적인 번역을 준비해, 리디아 교수님과 번역한 과제를 함께 수정하며 다듬었다. 이렇게 한 학기 동안 한 작품 전체를 번역하는 시간을 가졌고, 학기 말에는 번역원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하여 번역가이자 독자인 우리가 작가와 직접 작품에 대해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수업도 물론 학습 과정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원활하고 체계적인 과정을 위해 번역원 직원분들의 엄청난 노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담당 선생님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따뜻하고 훈훈한 분위기, 친절하고 열정적인 사람들, 이것이 바로 번역원을 단순히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의미를 번역하는 법을 배우는 장소 그 이상으로 만드는 이유다.
번역아카데미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국가의 번역가들이 서로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독특한 국제적 환경을 갖춘 공간이란 점에 있다. 번역은 매우 외로운 작업이다. 대부분 시간을 번역가는 텍스트와 단둘이 있어서 문학을 사랑하고 자기 일에 열정을 갖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는 귀하다. 번역아카데미에서 우리는 미국, 캐나다, 인도, 프랑스, 스페인, 독일에서 온 다양한 언어권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했다. 번역아카데미 덕분에 우리들은 공통 강의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 서울 시내 문학 명소 탐방, 점심과 저녁 식사 등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었다. 한 학기에 한 번씩은 문학 기행이 기획되어 한국의 유명 작가의 작품과 관련된 명소로 짧은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번역아카데미의 교육과정을 다 마치고 모스크바로 돌아간 후에도 한국문학번역원은 내 삶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쳤다. 2015년 나는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시행하는 제14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 공모전에서 은희경 작가의 작품 『금성녀』로 러시아어 번역 부문에서 수상을 했다. 2015년 가을 서울에서 열린 시상식에 간 것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 중 하나가 되었다. 바로 그때 나는 번역이 내가 원하는 일이며 내 인생을 바칠 준비가 되었다는 확신을 가졌다.
나의 박사학위 논문인 「한국 문화에서 전통 이미지의 역동성(고전과 현대 시를 중심으로)」 은 간접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문학에 관한 것이었다. 운 좋게도 한국문학을 다룬 러시아의 『외국 문학』 특집호(2016년 11호)에 실릴 김애란의 소설 「입동」의 번역을 준비할 수 있었다. 또한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5+5'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도 큰 영광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 비영리단체 번역연구소와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어, 에브게니아 블라디미로프나 로젠펠드와 함께 채만식의 장편소설 『태평천하』를 번역했다.
한국문학에 대한 지식과 애정을 학생들과 나누기 위해 나는 모스크바 국립언어대학교 동양어과에서 열린 '소설 번역 세미나'에도 참여했다. 이 세미나는 2021년부터 번역학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모스크바 국립언어대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3년 동안 학생들과 함께 성석제, 이기호, 장류진 등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했다. 마지막으로 문학번역연구소에 합류하게 해준 나의 문학 멘토인 마리아 바실리에프나 솔다토바와 함께 2020년에 『현대 한국 시와 산문: 해석과 번역』이라는 교재를 출간하여 학생들과 지식과 경험을 공유했다.
2023년 여름, 나는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번역원에 돌아와 문학 번역가를 위한 ‘한국문학 번역가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2주 동안 한국문학에 관한 여러 강의에 참석하고 한국 작가, 문학 평론가, 출판사, 다른 나라 번역가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번역원 덕분에 이번 프로그램에서 다시 한번 국제적인 번역 환경에 뛰어들어 다른 번역가들과 소통하고, 앞으로의 작업을 위한 지식과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러시아에서 한국문학의 진흥을 위해 소소하게나마 이바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가까운 미래에 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번역 작품과 새로운 교재를 출간하고 싶다.
번역아카데미는 나의 모교이자 큰 문학 가족이 되었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열정적이고, 자기 일과 문학을 사랑하며, 단어와 글을 통해 모두에게 한국을 조금 더 가깝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편집자 주>
* 2014년 당시에는 정규과정이 1년제였으나 지금은 2년제 과정임
* 현재는 정규과정 수업 중에 TOPIK 시험을 준비하지 않음
* 2014년 이후 교수진에 변화가 있으며, 앞으로도 교수진은 바뀔 수 있음
러한 번역: 신정아(특별과정(현 야간과정) 12기, 13기 러시아어권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