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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아카데미 수강 후기(영어권 배영재/ 한국어 번역본)

  • Author: 학사운영팀
  • Views: 151
  • Jan 2, 2024 4:49 PM


번역아카데미 영어권 수강 후기

배영재(특별과정 8, 번역아틀리에 9~12기 수료)

 

문학 번역과의 첫 만남은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신인상 공모 포스터를 우연히 발견했을 때였다. 당시 나는 직장을 그만둔 상태였고, 대학원 진학 준비를 시작하기 전, 기분 전환차 이 공모전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으리라 자만했지만, 내 원고는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대학원을 마치고나서 다시 번역 분야에서 일할 때에도 이 일은 내 마음 한 켠에 계속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이미 회사 내 번역가로 일하고 있었지만, 작업물을 수정하거나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실력 향상에 한계를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문학 번역에 도전했다 실패했던 옛 기억이 떠올랐고, 한국문학번역원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다. 거기서 번역원이 번역아카데미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몇 달 후 나는 현재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 <야간과정>, 하지만 당시엔 <특별과정>이라 불렸던 번역아카데미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필기시험과 면접을 통과한 후, 나는 상사의 허락을 받아 일주일에 한 번, 10분 일찍 회사를 나와 번역아카데미 수업에 제 때 도착할 수 있었다. 비록 한국어나 영어 어느 쪽으로도 문학을 정식으로 공부한 적은 없었지만, 새로운 번역 장르에 도전하게 된 나는 더할 나위 없이 신났다.


첫 수업에서 우리는 문학 번역 시 고려해야 할 등가성(equivalence)과 번역가능성(translatability) 등의 개념을 처음 배웠다. 원문에 상응하는 숙어나 비유를 도착어에서 찾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번역하기 어려운 문화 용어나 경어, 예를 들면 눈치선배님은 어떻게 번역할까? 우리는 단어가 아닌 이미지를 번역해야 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번역가마다 자신만의 번역 철학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수 년간 번역가로 일해왔지만 정식으로 문학 번역 훈련을 받은 적 없는 나에게 이 같은 입문 내용은 큰 도움이 되었다.


두 번째 수업부터는 우리가 모두 동일한 텍스트를 번역한 후, 매주 만나 서로의 작품을 평가했다. 똑같은 텍스트를 기본으로 한 여덟 편의 번역을 읽는 것이 무슨 재미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두 사람이 결코 똑같지 않듯이, 두 번역본 역시 같을 수 없다. 게다가 번역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여덟 가지 다른 번역 버전은 우리에게 상당한 영감을 주었다. 한 예로, 여섯 명 학우가 참석한 한 수업에서, 우리는 구릉‘mountain, mound, hill, slope, rolling, hillock’ 등 모두 다른 영어 단어로 번역한 적도 있다. 각자의 원문 해석 방식을 공유하고, 도착어 단어 선택에 대한 생각을 교환하면서 우리는 점차 서로의 번역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렇듯 나와 공통 관심사를 가지면서, 하루 종일 직장, 학교에서 시달린 후에도 이 수업에 참여할 만큼 열정적인 사람들을 세상 다른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한번은 반 인원을 둘로 나눠 두 단편 중 하나를 선택해 번역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배움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한 학기 동안 두 배의 작업량을 감수하며 두 편을 모두 번역했다.


매 학기가 끝날 무렵, 우리는 우리가 번역한 단편 소설 작가들과 만남의 기회를 가졌다. 돌이켜 보면, 몇 개월 동안 자신의 글을 뚫어져라 연구한 번역가들이 교실에 자리 잡고 앉아 질문을 쏟아내니, 작가들은 뿌듯함과 동시에 다소 긴장감을 느꼈을 것 같다. 사실 이러한 만남은 우리 번역가들에게 소중한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짧은 문학 번역 경험에도 불구하고 감히 말하자면, 번역가들이 작가와 마주 앉아 원작을 심도 있게 논의할 기회는 결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어느 학기에는 인간을 화성에 실험 이주시키는 소설을 다뤘는데, 이야기 속 실험 참여자들은 자신의 육체를 버리고 뒤틀린 거미 모양의 로봇 외관을 취해야 했다. 거미 로봇에 대한 외양 묘사가 작품 첫 부분에 나오지만, 그 총체적인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기에는 세부 묘사가 부족해서 번역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래서 작가와의 만남 때, 우리는 작가님에게 그 모습을 직접 그림으로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 때 작가님이 화이트보드에 그린 그림은 지금은 희미한 기억이 되었지만, 분명 내가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달랐다. 친절한 작가님 덕분에 우리는 호기심을 마음껏 충족시킬 수 있었고, 이것은 우리가 특별과정 내내 만난 다른 작가들과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4학기는 눈 깜짝할 새 지나갔고, 나는 번역워크숍에 계속 참여하고 싶은 열망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는 더 이상 사내 번역가가 아니었고, 프리랜서로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시기였다. 그래서 1년 후, 아틀리에 과정에 합류하게 되었다. 특별과정이 맛있는 단일 메뉴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었다면, 아틀리에는 풍성한 뷔페 레스토랑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내가 선택한 작품에 더해, 다섯 편의 다른 학생들 작품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청소년, 공포 등 장르도 다양했고 시대적 배경도 폭넓어서, 조선 시대뿐만 아니라 슈퍼인간과 로봇의 지배를 받는 먼 미래가 등장하기도 했다. 우리의 토론은 더욱 확장되어, 스타일의 등가성, 원본 및 번역에서의 논리성, 심지어 번역물 기고 요령까지 다루었다. 매 학기 첫 시간에는 훌륭한 번역 샘플을 연구하고, 우수한 번역의 요건에 대해 발표하거나, 번역기금 지원서 작성법을 연습했다. 이 모든 활동은 우리가 보다 뛰어난 출판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지금쯤 여러분은 내가 번역아카데미에서 보낸 시간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짐작 가실 것이다. 아카데미를 수강하는 6년 내내 단 2회만 결석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카데미 과정을 이수한 후, 나는 과연 문학 전문 번역가로서 만반의 준비가 되었을까? 아쉽게도 대답은 아니다. 번역상을 수상했으니 출판 기회가 훨씬 쉽게 찾아왔을까? 역시 아니다. 나는 아직도 내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여전히 수많은 시행착오와 거절을 예상한다. 하지만 번역아카데미 덕분에, 나와 비슷한 길을 나보다 앞서가는 분들, 즉 우리 교수님들을 만날 수 있어 큰 행운이었다. 아카데미에서 만난 다섯 명의 교수님들은 모두 문학 번역에 열정적이셨고, 우리에게 시간과 관심을 충분히 기울여 주셨을 뿐 아니라, 학생들이 수료 후 직면할 바깥 현실에 대해 가감 없이 알려 주셨다. 나는 여전히 우리 교수님들로부터 조언과 힘을 얻는다. 그러므로 누군가 내게 아카데미에서 보낸 시간이 가치 있는 경험이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예스. 무조건 예스!’



국문 번역: 김유정(정규과정 12기, 야간과정 10기, 번역아틀리에 15기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