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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외롭게 번역하기 (영어권, 김유정)

  • Author: 국내교육팀
  • Views: 145
  • Jan 15, 2021 6:42 PM

김유정


한국문학번역원 특별과정 영어권 10기 졸업
정규과정 영어권 12기 재학중   


 


번역은 외로운 작업이다.”이 말은 번역가들 사이에서 마치 명제처럼 통용됩니다. 4년 전 문학 번역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저 역시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그 때 누군가 조언을 건넸습니다. 번역은 외로운 작업일 수 있지만, 그것을 덜 외롭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입니다. 더불어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이후, 저는아카데미 특별과정 10기를 마치고 현재 정규과정 12기에재학중입니다.


문학 번역을 하기 전,저는 마케팅, 미디어, 기술, 학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번역을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문학을 번역하겠다는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습니다. 영문학을 전공했고, 영어 원서를즐겨 읽고, 한국 소설의 해외 출간 소식에 내 일처럼 기뻐했지만, 한국문학 번역은 언어의 마술사만 할 수 있는 영역이라 여겼습니다. 사실 제가 영어를 처음 접한 것은 열두살 무렵 엄마 손에 이끌려 동네 학원에 갔을 때였습니다. 미국에서 생활한 적은 있지만, 한국 문학을 번역하기에는 네이티브의 감각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생각은 여전히 남아 있고, 한국문학 번역가가 과연 제 길이 맞는지 매일 고민합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저를 붙들어 주었던 것이 바로 번역아카데미였습니다.


번역아카데미 수업은 우선 재미있습니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주고, 감탄을 자아내기까지 합니다. 2년 코스인 정규과정 12기 수강생은 저를 제외한 네 명 모두 외국국적 학생입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매의 눈으로 제 번역을 평가한다는 사실이 적잖이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열띤 세 시간 수업이 끝날 때마다 어느덧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게다가, 같은 텍스트를 번역하여도 결과물은 매우 다채롭습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미묘한 뉘앙스를 척척 알아차리는 친구들의 능력에 감탄하고, 번역 작품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새삼 놀라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예리하고 정확한 피드백에 발전하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물론, 영어와한국어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모두가 문학 번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국 문학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합니다. 번역자만큼 작품을 열심히 읽는 독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작품을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고, 샅샅이 해체하고 해부합니다. 그런 면에서 번역원 측에서 학기 말마다 마련해 주는 <작가와의만남>은 한국 문학 번역에 뜻을 둔 번역가에게 대단한 특권입니다. 이런 뜻 깊은 행사를 통해 저자와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문학계 전반에 지속적으로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번역아카데미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번역가들과 유대감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번역은 개인 작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번역 작품을 책임지는 사람은 결국 번역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번역가와 함께할 때 그 과정은 더욱 생산적이고 즐거워집니다. 번역가들은 한 단어의 뉘앙스, 어원, 톤 등을 두고 몇 시간이고 토론을 이어가기도 합니다. 비록 완성된 작품에는 우리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얼마나 많은 대안을 제시해 보았는지, 얼마나 많은 반박을 서로 주고 받았는지 전혀 보이지 않지만, 함께 보낸 그 과정 자체가 즐겁고 보람찹니다. 다른 사람들과 번역가로서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번역작업이 덜 외롭게 되었습니다.


번역아카데미를 다니면서 한국 문학에 대한 애정을 키우고, 번역에 대해 더욱 깊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맥주를 기울이며 번역을 논하게 된 특별과정 10기 친구들, 바다 건너 온 용감하고 열정 넘치는 정규과정 12기 친구들, 그리고 항상 우리의 번역 뇌를 자극해 주시는 교수님들. 번역아카데미를 통해 얻은 소중한 인연 덕분에 매일 더 즐겁게 번역하고 있습니다. 제가 들은 조언이 옳았습니다. 번역을 덜 외롭게 하는 방법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 방법을찾은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