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아카데미 수강 후기(중국어권 주선/ 한국어 번역본)
- Author: 학사운영팀
- Views: 154
- Mar 14, 2024 10:50 AM
번역아카데미 수강 후기 ? 한국문학 번역 여정의 시작점
주선(특별과정(현 야간과정) 11기, 정규과정 13기, 중국어권 수료)
번역아카데미를 수료한 지도 어느새 일 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저의 신분도 학생에서 선생님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대학원을 다닐 때부터 번역일을 자주 접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번역의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번역들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역시 문학 번역이었습니다. 문자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들과 화려한 표현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모든 번역 중에서도 문학작품의 번역은 그 난이도가 가장 높지요. 끊임없이 실력을 갈고 닦아야만 언젠가 이 분야에 발을 걸칠 수 있음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저의 지도교수님께서는 제 관심분야를 알고 나서 저에게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아카데미 과정을 적극 추천하셨습니다. 물론 저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번역아카데미에 무사히 입학하였습니다. 입학 통지 메일에 적힌 “한국문학번역의 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란 문구를 보았을 때 얼마나 설는지 모릅니다.
번역아카데미에서는 정규과정, 야간과정(그 당시에는 “특별과정”)과 번역아틀리에 과정(심화과정에 해당함)이 개설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신청한 것은 2년짜리 특별과정이었습니다. 한 주에 한 번 있는 야간수업은 우리가 한 주 동안 가장 기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저는 처음으로 한 편의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번역해 보게 되었으며 번역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천 명의 독자가 있으면 천 명의 햄릿이 있다고 하듯이 같은 소설이라도 열 명의 학우들은 열 개의 서로 다른 번역문을 가지고 왔습니다. 우리는 같은 텍스트를 가지고 함께 번역하고 토론하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을 많이 생각해 냈습니다. 단어 하나를 놓고 끊임없이 고민하기도 하고, 언어 세계의 심오함과 정교함에 함께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정말 소중했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많은 다양한 스타일의 번역본을 볼 기회도 없을 것이고, 이렇게 많은 친구들과 번역에 대한 견해를 나눌 기회도 없을 테니까요. 2년 동안 우리는 총 4개의 단편소설을 번역하면서 번역 경험을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번역아카데미에서는 매학기마다 작가와의 만남도 주선해 주셨습니다. 작가분들은 우리와 함께 원문의 시대적 배경과 작품 창작에 관한 일화들을 이야기하고 작품에 대한 우리의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셨습니다. 만남이 끝날 때는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번역아카데미에서의 2년 간의 공부와 선생님들의 가르침 덕분에 저는 문학번역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으며 많은 번역 스킬들을 장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운 좋게도 이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역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제가 드디어 저의 첫 장편소설 번역서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죠!
이는 저에게 크나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2년 간의 야간과정을 마치고 나서 저는 일 년간 진행되는 번역아틀리에 과정을 신청했습니다. 아틀리에 과정을 들으면서 가장 큰 수확은 바로 번역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이 뛰어난 장 선생님을 만난 것입니다. 야간과정과 달리, 아틀리에 과정은 학생들이 스스로 작품을 선정하고 번역 과정에서 부딪힌 어려운 문제들을 선정하여 함께 토론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가끔 특별히 복잡한 긴 문장이나 중의적 의미를 가지는 언어유희를 만나면 우리는 아무리 애를 써도 딱 이거다 싶은 번역을 내놓지 못해 끙끙거리는데 장 선생님께서는 어떤 어려운 문제를 내놔도 척척 해결하시는 모습에 정말 감탄하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선생님은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한 글자 한 단어 번역에 심혈을 기울이셨습니다. 역시 오랜 시간의 숙흥야매가 오늘날의 여유로움을 만들었나 봅니다. 지금도 장 선생님은 저의 롤모델로 문학번역의 길을 비춰주는 등대와도 같습니다.
그렇게 3년 동안 번역아카데미 과정을 들었지만 저는 여전히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던 거죠. 마침 그 해, 기존에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5개 국어만 개설되었던 정규과정에 중국어가 신설되었다는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2년짜리 정규과정에 신청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저도 번역아카데미의 ‘골수팬’이라고 할 수 있겠죠?
번역아카데미의 수업은 다양한 특색이 있는 데다가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들어가도록 되어있어 번역 능력을 키우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정규과정에서는 해외에서 온 연수지원자들에게 매달 연수지원금도 제공했습니다. 이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었죠. 연수지원금 덕분에 우리는 생활비 걱정 없이 학업에 몰두할 수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정규과정의 내용은 전에 들었던 두 과정보다 훨씬 더 풍성했습니다. 문화 수업과 한국어 수업이 추가되었을 뿐만 아니라 작품도 현대에서 근대와 고대까지 그 분야를 넓혔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규과정 덕분에 저는 이렇게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고,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 앞으로의 번역활동을 위해 튼튼한 기초를 닦을 수 있었습니다.
더 감동적인 것은 정규과정에서는 직접 중국 출판사 편집자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이는 우리처럼 아직 데뷔하지 못한 ‘예비 번역가’들에게 정말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저와 학우들의 첫 공동번역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는 드디어 번역가의 길에 한 걸음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저와 저의 두 친구는 그 후로 갈수록 많은 편집자들과 만나게 되었고, 각자 자신만의 번역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는 신진번역가로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 시대가 온다』(공역), 『불편한 편의점』 등 2권의 번역서가 있으며, 현재 5권의 번역서가 출판 대기중입니다. 저는 또한 대학교 한국어 선생님으로 저의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수업시간에 번역아카데미에서 공부했던 경험담과 배웠던 지식을 말해주곤 합니다.
지난 5년 동안 저는 번역아카데미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 중에는 중국어권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권의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문학과 번역, 그리고 한국문화에 대해 무한한 열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들과의 소통은 늘 저를 설레게 했으며, 그들이 있어 저는 이 험난한 길을 계속 꿋꿋이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번역아카데미에서 공부했던 시절은 제가 문학번역의 길로 들어서게 된 시작점이며 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시절입니다. 그래서 항상 번역아카데미에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동안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2년이 걸려서 겨우 번역아카데미에 입학하였고, 몇 번이나 실패한 끝에 대산문화재단의 번역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벽에 부딪칠 때마다 저는 수도 없이 내가 진짜 번역가가 될 수 있을지 회의감을 느꼈고,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서 날로 어려워지는 번역 업계의 모습을 보면서 주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어려운 점이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번 또 한 번의 좌절과 불안 속에서도 저는 포기하지 않고 지금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번역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날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필경 문학번역은 딱딱한 수학 공식이 아니라 아주 높은 수준의 문학적 소양과 인문 소양을 갖추어야만 원작이 담고 있는 인간 특유의 애틋함과 절절한 마음을 정확하게 녹여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또한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하며 한순간도 해이해져서는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문학번역의 길에 막 들어선 후배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번역을 사랑하고 꿋꿋이 겸허하게 이 길을 걷다 보면 시간이 언젠가는 올바른 곳으로 그대를 인도하여 또 다른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줄 것입니다. 함께 노력합시다!
중한번역: 량성애(정규과정 14기 중국어권 수료)
- No article
- 번역아카데미 수강 후기(중국어권 주선/ 중국어 원본)